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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길마 아재

5. 에일런(1)

아이템을 감정하러 온 트레인은 감회가 새로웠다.

감별사 NPC때문에 감옥을 갔었기 때문에 말로 표현 못 할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그와 달리 감별사는 마치 기억을 잃은것처럼 그들을 맞이했다.


  "이 아이템들 좀 감정 해주세요."


일행이 인벤토리에서 아이템들을 꺼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이었지만 감별사는 익숙한 듯 하나 하나 감정을 하기 시작했고, 지난번과 달리 5분도 되지 않아 모든 아이템의 감정이 끝났다.

그 중 잡템은 따로 걸러서 감별사에게 팔아버렸다.

이 감별사는 아이템 감정 외 잡화상점도 겸하고 있어서 바로 바로 팔아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남은 아이템은 마나석과 신발, 검이었다.




[중급 마나석]

마나가 담긴 돌.

연금술이나 마법장비를 제작할 때 주로 쓰이며, 그냥은 사용할 수 없고 가공을 해서 사용해야 한다.

가공을 할 때 잘 못 하면 일반 돌이 되기때문에 주의를 해야 할 것 같다.


[망자의 신발]


등급 : 중급 레어


유적지를 탐험하던 모험가의 신발.

아쉽게도 탐험 도중 몬스터로터 죽임을 당했지만 그의 신발은 훼손되지 않았다.

모험가의 신발답게 편하고 내구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다만 죽은지 오래된 모험가의 신발이라 외형 자체는 썩 뛰어나지 않다.

외형과 청결을 중요시 한다면 한 번 빨아서 쓰는 것을 권장한다.


옵션


- 이동속도와 점프력 100%증가

- 미끌어지지 않음


[에일런의 대검]


등급 : 에픽


초대 에일런 영주가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검.

처음에는 이 검이 영주임을 증명하였으나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고, 이후 현재 모조품이 이 검을 대신하고 있다.

검에 대해 조사를 하다보면 진정한 검의 성능을 알 수 있다.

현재 진정한 성능을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여서 일반 검과 차이가 없다.

아이템 착용시 해당 플레이어에게 귀속되며 그와 동시에 퀘스트를 받게 된다.




3가지의 아이템을 확인한 일행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바로 에픽아이템인 에일런의 대검때문이었는데 에픽 등급의 아이템은 게임을 하면서 보기 힘들었다.

유저들 사이에서 스페셜리스트들이 사용하는 무기가 에픽등급이라는 소문이 있을정도로 그만큼 얻기도 힘들지만 성능이나 값어치도 엄청난 아이템이었다.

물론 에픽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에픽이라 기대도 많이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에픽등급이라 하기에 애매한 옵션이 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마치 로또와 같은 것이다.


그리고 에일런 대검에 밀려 다소 인지도가 떨어지긴 했지만 망자의 신발과 마나석 또한 꽤 좋은 편에 속했다.


특히 신발의 경우 미끄러지지 않는것과 기동력, 점프력 증가는 상당한 메리트였다.

싸우다보면 가끔 지형이나 기상으로 인해 미끄러지는 경우가 의외로 빈번해서 치명적인 경우가 많다.

또한 이동속도와 점프는 전투를 하는데 있어 좀 더 빠르게 공격을 하거나 여유롭게 회피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때문에 유용하다 할 수 있겠다.


마나석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긴 하지만 마법이나 연구를 하는 사람에게는 꽤 중요한 아이템이다.

그리고 꼭 그쪽 계열이 아니더라도 아이템 자체가 비싼편이여서 판매만 잘 하면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일단 아이템 필요한 사람부터 확인 해보죠. 마나석 필요하신 분?"


마린이 손들었다.

싸우는 모습을 보면 연구보단 그냥 전투계열 마법사 같은데 연구나 제작쪽도 하는 듯 하다.


  "저 필요해요!"


  "그럼 마린님에게 이걸 드리도록 하죠. 가격은 시가에 맞춰서 받겠습니다."


마나석은 예전에 비해 수량이 많이 풀려서 시가에 맞추는 것이 가장 좋았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결코 싼 값은 아니다.


  "그럼 이 신발 필요하신 분?"


이번엔 트레인 혼자 손을 들었다.

아무래도 헌터다보니 기동성이 중요했다.

마침 잡템을 처분하고 분배하면서 얻은 돈이 있어서(정확히는 사례금) 신발을 얻을 수 있었다.

마침 일행들이 그의 공로를 인정하여 할인을 해 준덕에 싸게 얻을 수 있었다.


  "이 대검 필요하신 분?"


있을리가 없다.

애당초 클래스가 균등하게 나뉜 파티다보니 자연스럽게 에픽템은 세이지에게 가게 생겼는데 에픽아이템 자체가 복불복이긴 해도 워낙 비싼거라 그냥 사이트에 올려서 판매한 돈을 분배해야 했다.

하지만 저 아이템을 그냥 팔기엔 또 아까웠는지 다들 침묵했다.

그 때 트레인이 입을 열었다.


  "이거 일단 조사를 해보고 옵션을 확인해서 파는게 어떨까요? 그러면 돈을 더 벌텐데요."


  "좋은 방법이긴한데 보통 이런건 옵션을 확인하는데 꽤 오래 걸려서...그리고 대박이라는 보장도 없고..."


세이지가 말끝을 흐리며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그의 말도 일리가 있는게 대박인지 쪽박인지도 모를 아이템을 조사하느니 그 시간에 사냥을 해서 다른 아이템을 얻는것이 이득이었다.

괜히 대박 노리고 옵션을 확인 했다가 옵션이 구리면 차라리 옵션 확인을 하기 전보다 값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었다.

사자니 비싸고, 안 사자니 저 옵션이 대박날거 같은 기대감이 드는 계륵같은 상황인것이다.


  "그래도 그냥 조사를 해보는게 어떨까요? 아이템 이름이 에일런의 대검이니 조사 자체는 오래 안걸릴겁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여기서 정보를 얻으면 되니까요.무엇보다 영주가 사용했던 검인데 옵션이 아무리 못해도 평타는 치지 않을까 싶네요."


트레져헌터라 그런지 트레인은 자신이 쓸 수 없는 아이템인데도 관심을 보였다.

저 검의 비밀을 풀어보고 싶은 것이다.

그의 설득이 먹혔는지 일행들도 아까와 달리 반응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하긴. 명색이 귀족이 쓰던 검인데 쓰레기는 아니겠죠."


  "그럼 한 번 비밀을 밝혀보죠."


  "그런데 이걸 어떻게 조사하죠? 학자와 유적지만 찾는데 시간이 꽤 걸렸었는데요."


막상 찾을 생각을하자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걱정하는 트레인과 달리 세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했다.

그것도 그럴것이 보통 인터넷이나 유저를 통해서 정보를 얻는데 한계가 있지만 다른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길드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는 길원끼리 공유를 하니까 문제 없어요.이런 말 하기는 뭐하지만 저희 길드도 나름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키워드의 자신감 있는 대답에 트레인은 머리에 망치를 맞은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의 자신감 때문이 아니라 길드를 통해서 정보를 얻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래. 길드가 있었어! 왜 그걸 잊고 있었지?'


이미 오래되서 잊고 있었지만 예전부터 유저들이 타인에게 정보 공유하는 것을 꺼렸지만 친한 친구나 길원에게는 정보를 비교적 쉽게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특이하게도 스페셜리스트의 정보들은 모두 자신이 속한 길드나 친구를 통해 얻는 편이었다.

오죽하면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길드를 가입 해보라는 퀘스트가 있을 정도였다.


그 당시 트레인은 친한 사람들이 많았기에 굳이 길드를 가입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모두 그를 떠났으니까.


  "혹시 세 분 같은 길드신가요?"


  "네."


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트레인은 기대어린 마음으로 말을 이었다.


  "혹시 길드 가입 될까요?"


설마했던 질문이 나오자 세이지가 난처해졌다.

하지만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다.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30대입니다."


혹시나 싶어 정확한 나이를 말하지 않았다.

보통 이렇게 대답하면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이지는 달랐다.


  "아뇨. 연령대 말고 나이요. 정확한 나이 좀 알 수 있을까요?"


올 것이 왔다.

트레인은 사실대로 말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순간 고민했다.

액면가는 30대 중후반이긴 해도 나름 한 때 잘나갔던 그였기에 실제 나이보다 약간 낮춰도 믿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잘 생기진 않아도 평균은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나이를 줄이나 마나 이미 액면가는 아재니까.


  "39입니다."


  "아...."


세이지의 입에서 본인도 모르게 식이 흘러나왔다.

말이 39지 몇 달뒤면 40이 되는 아저씨 아저씨 아닌가? 못해도 자신들의 삼촌뻘인 셈이다.

순간 자신이 실례했음을 깨달은 그는 곧바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시군요. 그런데 죄송해서 어쩌죠? 저희 길드가 나이 제한이 있어서요. 아쉽게도 부적합하네요. 죄송합니다."


그는 정말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트레인에게 사과를 했다.

실력은 확실한데 나이제한때문에 가입이 되지 않는 것이다.


  '10년만 젊었어도...'


트레인도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예로부터 길드를 가입할 때는 차이는 있지만 각자 길드의 특성에 맞게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흔한게 나이 제한이었는데 나이가 차이가 나다보면 말이 통하지 않아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그래서 나이 제한이 있다는게 결코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죠. 뭐."


매우 아쉬웠지만 트레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다음에는 나이를 속여서 길드에 가입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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