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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길마 아재

5. 에일런(18)

순간 트레인은 망치로 한대 얻어 맞은 기분이 들었다.

에일런의 대검을 반환하라니?

보통 에픽 아이템이라 하면 해당 아이템의 사연을 풀어 나가면서 옵션을 얻는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반환?

이런건 아무리 퀘스트라도 사양하고 싶다.


  "마음 같아서는 제가 이걸 영주님께 드리는 것이 맞지만 제가 이 대검에 대해 뭐 좀 알아보고 있어 당장 드릴 수가 없겠군요."


말이 지금은 줄 수 없다는 것이지 안 준다는 말과 동일했다.

트레인의 말에 영주가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 정말 퀘스트를 거부하시겠습니까? 

퀘스트 거부 시 발생 패널티 발생


1.에일런에서 활동 불가(당장 추방됨)

2. 에일런 NPC들에게 적대적

3. 영주에게 받은 아이템을 모두 돌려줘야 함.

4. 악명 증가

5. 처형

6. 프라테스 왕국에서 활동이 어려워짐


퀘스트 거부시 발생하는 패널티를 확인한 트레인은 순간 똥 씹은 표정을 짓다가 재빨리 표정을 바꾸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확인이 되는대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설마하니 먹은 아이템을 뱉어내고 나라에서까지 쫓겨나는 패널티가 발생할 줄이야!

그는 몰랐겠지만 에일런이 예전의 에일런이 아니어서 영주의 작위가 낮은 편이 아니었다.

당시 에일런 영주는 자작이었지만 지금은 세월도 많이 흐르고 업적도 쌓아서 무려 백작이나 되었다.

그렇기에 그냥 낮은 귀족도 아닌, 백작의 가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사실 귀족이고 뭐고 떠나서 가보를 안 돌려준다는 것은 꽤나 무례한 일이다.


  "오오! 그건 걱정 말게. 그 검은 대대로 영주들이 사용해야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네."


  - 에일런의 대검에 대한 비밀을 밝히셨습니다.


  "......"


뭔가 허무한데?

그는 검의 사연이 해결되자 아까 받은 감정 스킬북을 사용했다.


  - 아이템 감정 스킬을 익히셨습니다.


[아이템 감정]


모든 아이템을 감정할 수 있다.

단 숙련도에 따라 감정 결과가 달라진다.


현재 숙련도 : 초급 - 0%


숙련도에 따라 감정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는 감정을 시도했다.

어차피 돌려줘야 할 검이니 망설임이 없다.


  "아이템 감정!"


  - 스킬 숙련도가 낮아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아이템 감정!"


  - 스킬 숙련도가 낮아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아이템 감정!"


  - 아이템이 감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템 감정 스킬 숙련도가 낮아 모든 옵션을 밝히지 못 하였습니다.



[에일런의 대검]


등급 : 에픽


초대 에일런 영주가 제작하고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검.

드래곤의 뼈로 만들어져 무게가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다.

대대로 에일런의 영주에게 전해지며 그의 후계자만이 사용 가능하다.


옵션


모든 스탯 + 20

흑마법 저항력 + 30

언데드에게 공격시 추가 데미지 +200% 증가

하루에 한 번 드래곤의 가호 사용 가능

- 드래곤의 가호 : 순간 방어력과 공격력이 대폭상승(지속시간 : 180초)

프라테스에서 영향력이 높아짐

명성 + 500


- 밝혀지지 않은 옵션 3개



감정 결과는 놀라웠다.

옵션이 한 두개도 아니고 무려 9개다. 확인 안된 것이 3개이긴 하지만 6개만으로도 엄청났다.


  '이런걸 반환하라고?'


순간 가지고 도망을 가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어났지만 사용자 제한이 걸려 있어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커험! 우리 가문의 검이 명검이긴 하지. 자네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그만 보고 이리 주게."


영주는 검에서 눈을 떼지 못 하는 트레인을 보며 이해 한다는 듯 말했다.

트레인은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그에게 검을 건네줄 수 밖에 없었다.

다만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검을 받은 영주는 함박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역시 자네는 좋은 사람이군. 검도 찾아주고, 흑마법사도 처치해주었으니 이 은혜는 잊지 않겠네. 그리고 검에 대한 보상이라 하긴 그렇지만 뭔가 보상을 하고 싶은데..."


검을 건넨 뒤 우울해진 트레인에게 한 줄기 희망 같은 보상이라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에픽 아이템인 검보다 좋지는 않겠지만 최소 그에 맞는 보상을 주지 않을까?

기대가 부풀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물론일세. 어찌보면 우리 가문의 은인이라 볼 수도 있으니 당연히 그에 맞는 보상을 해야지. 어디보자...."


영주는 어떤 보상을 줄지 고민을 했다.

아무래도 가보를 찾아준 은인이니 그에 맞는 보상을 하고 싶은데 쉽지 않은 모양이다.


  "혹시 원하는게 있는가?"


한 동안 생각에 잠긴 그는 떠오르는 것이 없는지 오히려 트레인에게 물었다.


  '이게 뭐지?'


그는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당황했다.

보통 퀘스트건 뭐건 간에 의뢰를 완료하면 NPC는 프로그래밍이 되어있는대로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뭔가 줄 것처럼 말을 하다가 원하는걸 말하라고 하니 말문이 막혔다.


  "무슨 생각을 하길래 대답이 없는가? 혹시 보상을 원치 않는 것인가?"


  "아, 아닙니다. 다만 생각 좀 하고 있었습니다."


하마터면 검을 찾아주고 보상도 못 받을 뻔 했다.


  "그래. 무엇을 원하는가?"


  "....제가 사용 할 장비가 필요합니다. 헌터라서 대검이나 활을 주로 사용합니다."


뭐라고 말해야 보상을 잘 받았다는 소문이 날까 생각하다가 그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을 요구했다.

사실 무기들이야 상점표고, 의류쪽은 모두 기간제이니 장비가 가장 무난했던 것이다.


  "알겠네. 그럼 집사를 따라가서 보상을 받게나."


영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집사에게 트레인을 안내하라고 지시했고, 두 사람은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헤어졌다.


집사의 안내에 따라 어디론가 이동하던 트레인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어떤 보상을 주시는겁니까?"


  "지금 가는 곳은 영주님의 보물 창고라 할 수 있는 곳인데 그 곳에서 트레인님께서 원하시는 장비들을 고르시면 됩니다."


  "정말 입니까?"


트레인이 반색하며 되물었다.


  "네. 창고에서 원하는 것을 고르시면 됩니다. 다만 수량에 제한을 두지는 않겠지만 모두 어디 가서도 보기 힘든 것이니 신중하게 골라 주십시오."


보상 아이템 수량에 제한이 없다는 말에 트레인의 광대가 승천했다.

귀족이라 그런지 보상도 화끈한 것 같다.

그가 보상에 대한 기대를 하는 동안 목적지까지 도착했다.


  "여기 입니다. 여기서 원하는 만큼 가지고 나오시면 됩니다. 단 한 번 만진 장비는 선택한 것으로 간주하니 신중이 고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시간은 5분 드리겠습니다."


  "......"


화끈하다는 것은 취소다.

순간 기운이 빠져버렸다.

처음에는 마음껏 가져가라고 해놓고는 한 번 선택한 아이템을 무를 수 없는데다 시간 제한을 걸 줄이야!


  '어쩐지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베푼다 했다.'


그래도 짧긴 하지만 5분이면 그리 나쁜 것 같지는 않다.

그는 문이 열리는 순간 빠르게 창고 안으로 들어가서 장비를 고르기 시작했다.

안에는 외형만 봐도 최소 레어 등급의 아이템 같은 장비들이 모여있었는데 일단 현재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들이 부실한 관계로 당장 필요한 것 위주로 골랐다.


그리하여 아머, 아대, 글러브, 대거 2자루, 활, 신발, 각반, 투구 등 15가지 아이템을 고르고 나왔다.

장비들은 종류별로 분류되어 있는 것이 아니어서 필요한 아이템들만 찾느라 거의 3-4분을 소비했고 나머지는 무작정 들고 나오다보니 생각보다 더 챙기지는 못 했다.


  "다 고르셨군요. 그럼 이제 성문까지 안내 해 드리겠습니다."


마치 이제 보상을 다 해줬으니 나가라는 것 같다.

그의 말 뉘앙스가 섭섭하긴 했지만 자신도 챙길거 다 챙겼고 더 이상 볼 일이 없었기에 성을 빠져나왔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감정을 해 보고 싶었지만 이 아이템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서 길드를 만들러 길드 관리소로 향했다.


관리소에는 길드 관리인이 있었는데 그는 바빠보였다.

하지만 관리인이 바쁘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기에 그에게 말을 걸었다.


  "길드를 창설하러 왔습니다. 창설 방법 좀 알고 싶은데요."


트레인이 관리인에게 말을 걸자 그는 말 없이 손가락으로 한 쪽을 가리켰다.


  "그게 무슨 의미죠?"


  "옆에 게시판 있습니다. 참고 하시면 됩니다."


꽤 쌀쌀맞게 대답한 그는 다시 자신

의 일을 하기 시작했고, 트레인은 속으로 그 관리관이 참 재수 없다고 생각하며 게시판 앞으로 갔다.

그 곳에는 꽤 장문의 글이 쓰여 있었는데 필요한 부분만 보면 내용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길드 창설 방법 안내]


1. 같은 길드의 소속이 될 5명으로 구성된 파티 필요.


2. 길드 관리인에게 길드 창설 신청서를 작성하여 접수


3. 접수 후 대기(최대 2일 소요)


4. 면접 진행(5명 모두 있어야 함)


5. 테스트 진행 후 합격 시 정상적으로 길드 창설 됨



  "흠. 다른건 다 괜찮은데 사람이 문제네."


그에게는 아는 사람이 몇 없었기에 사람을 모으는 것이 걸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소민이 있다는 것인데 그녀가 도와줄지 의문이다.


  "뭐... 일단 말이라도 해 봐야 겠다."


그는 소민에게 쪽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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