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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길마 아재

6.길드창설(4)

좁게는 학교, 군대부터 넓게는 회사같은 사회에 있다보면 가끔 말도 안되는 일을 시키는 사람이 있다. 그게 선생님일수도, 선임병일수도, 직장 상사일 수도 있다.

하지만 트레인은 이런 일이 게임 안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말도 안되는 퀘스트 때문에 3시간동안 외부를 돌아다니다가 그는 결국 다시 성 안으로 들어와서 수상한 사람을 찾으러 다녔다.

하지만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반면 그들이 찾아야 할 사람에 대한 단서는 여전히 없었다.


  "퀘스트창 오픈."



[길드 창설 테스트]


등급 : D


최근 에일런에 수상한 사람이 돌아다닌다고 한다.

그에 대해 조사를 하라.


제한시간 : 5시간

실패 시 길드 창설 불가


남은 시간 : 11분 24초



트레인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X발 안해!"


무슨 퀘스트가 이따위란 말인가?

일을 시키더라도 어떻게 하라고 구체적인 지시를 내려야지 무작정 하라고 하면 누가 따르겠나?

물론 회사나 군대에서는 그냥 구체적인 지시도 없이 그냥 무작정 하라고 하기는 하는데, 그건 일이고, 의무인 반면 이건 게임이 아니던가?

게임이면 즐겁게 플레이를 해야 하는것이지 기분 상해가면서 노가다를 하려고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포기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게임을 통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하니까 길드를 만들려는 것이었는데 이렇게까지 해야하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10,20대도 아니고 무려 내년이면 40이 되는 아저씨다. 그리고 집에는 아내와 자식까지 있다.

차라리 고생하긴 해도 여기 저기 일자리를 알아보고 돈 버는게 훨씬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좋으니까.


사실 그렇게 하는게 맞았다.

게임을 통해서 돈을 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도 하고, 기껏해야 어린애들 용돈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어릴때 봤던 소설처럼 다크 게이머가 되어 돈을 버는 사람도 게임 내에서도 상위 몇 %안에 드는 사람이지 일반인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트레인 : 혹시 수상한 사람 찾으신 분 계세요?


인덱스 : 전혀요. 


로카 : 수상한 사람은 커녕 단서조차 안 잡힙니다.


로즈 : 저도 마찬가지에요.


아키라 :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실패하는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 했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시간이 완료 되었다.


  - 제한된 시간 안에 수상한 사람을 찾지 못 하였기에 퀘스트를 실패하셨습니다. 길드 관리 사무소로 이동 해 주세요.


트레인은 한 숨을 내쉬었다.

사람도 금방 모여서 길드도 금방 만들어질 것 같았는데 결과가 이렇게 되버리고 말았다.

그는 일행들에게 길드 사무실로 모이라고 한 뒤 그도 발걸음을 옮겼다.


다들 제한 시간이 다가오면서 실패할 것을 느끼고 멀리까지 가지는 않았기에 금방 모였다.

사무소에 들어가니 길드 관리인이 그들이 올 것을 예상한 듯 기다리고 있었다.


  "안 쪽으로 들어가시지요."


그가 손으로 처음 그들이 들어갔던 문을 가리키자 일행은 말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 곳에는 길드 관리소장이 인자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한 대 때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저 사람만 아니었으면 이런 노가다 퀘스트 하지도 않았을텐데.


  "일단 앉으시지요."


퀘스트 실패로 낙담하고 있던 일행이 자리에 앉았다.


  "퀘스트는... 실패했습니다."


트레인이 마치 세상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힘없이 입을 열었다.

일행들 또한 도와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어서 표정이 좋지는 않았다.


  "실패는 했지만 몇 가지 얻은 정보는 있을텐데요?"


  "있긴 하지만 다 의미없었습니다. 수상한 사람을 찾아도 결국 그는 우리가 찾는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처음 수상한 사람에 대한 정보를 얻고 그를 찾았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결국 그는 그들이 찾는 수상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퀘스트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보통 뭔가 단서를 얻으면 퀘스트가 갱신된다.

하지만 그들이 찾아낸 수상한 사람들을 미행 및 추적을 해 본 결과 갱신이 전혀 되지 않았기에 그들이 찾는 '수상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아닙니다. 의미가 없진 않았어요."


소장이 고개를 저으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사실 여러분에게 내 준 테스트에 정답은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수상한 사람은 없었지요."


일행들이 무슨 말이냐는 듯 소장을 쳐다보자 그는 껄껄거리며 웃었다.


  "사실 정보수집을 하는 길드를 만든다고 해서 여러분이 어떤 자세로 정보를 수집하는지을 알아보기 위한 시험이었습니다. 

다들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트레인님을 위해 정말 열심히 정보를 수집해 주는 모습이 보기 좋더군요.

그리고 탐문 수사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은 내용이 너무 막연해서 그냥 포기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순간 일행은 살인충동을 느꼈다.

게임이면 게임답게 퀘스트를 내야지 무슨 이런 테스트를 한단 말인가?

그리고 본인 스스로도 퀘스트 내용이 막연한 것을 인지하면서도 그런식으로 테스트를 했다는 것이 화가 났다.

만약 상대가 NPC가 아니고, 장소도 필드였다면 살인을 했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결론이 무엇입니까?"


트레인이 솟구치는 짜증을 억누르며 물었다.

소장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인자한 미소를 지을 뿐이다.


  "테스트는 통과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길드는 정식으로 창설되었습니다."


  - 길드 '빅 데이터'가 창설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길드 정보창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축하드려요. 트레인님."


  "걱정했는데 결국 창설 했네요. 축하드립니다!"


  "추카 추카!"


  "다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순간 소장을 향한 짜증과 불만은 어느새 눈 녹듯 사라지면서 트레인은 자신을 도와 준 일행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생판 남인 자신을 도와준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그 역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부디 항상 좋은 일 가득하시길."


소장은 일행에게 인사를 건네고 빠져나갔다.


  "길드는 만들어졌으니까 저는 이만 가볼게요. 수고하세요!"


  "저도 이만!"


  "즐겜하세요!"


길드가 정상적으로 만들어지자 아키라를 필두로 로즈, 로카가 길드를 탈퇴했다.


  "네.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3명이 나가자 방 안에는 트레인과 인덱스만 남게 되었다.

인덱스는 처음부터 길드 가입 의사를 밝힌것처럼 길드에 남은 것이다.


  "이제부터 뭘 하면 되죠. 트레인님?"


보통 길드라 하면 길드전이나 길드원끼리 사냥을 가는 경우가 많지만 그들은 정보 수집을 하는 길드이고, 이제 막 만들어져서 당장 뭔가 할 것은 없었다.


  "지금 당장 뭔가 할 것은 없어요. 일단 여기서 나가죠."


마냥 사무소 안에 있을 수는 없어서 두 사람은 밖으로 빠져나왔다.

하지만 나온다고 해서 뭔가 할 것은 없었고 순간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트레인은 본인이 연장자이기도 하니 먼저 나서기로 했다.


  "일단 다시 한 번 소개를 하도록 하죠. 이제 정식으로 길드도 만들어졌고 서로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하니까요."


  "네. 좋아요. 캐릭터명은 생략하고, 메인 클레스는 대장장이에요. 스킬 레벨은 낮지만 수리정돈 가능해요."


일반적으로 스페셜리스트는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로 생산직이 전투직에 비해 매우 부족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PK관련 문제가 가장 컸다. 그래서 생산직 유저는 보기 힘들었고 있다 하더라도 서브로 생산직 스킬을 올리는 편이었기에 메인 클레스가 생산직인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있는 몇 몇은 정말 잘 나가거나 초보였다.


  "저는 트레져헌터에요. 유적지나 던전의 비밀같은 것을 파헤칩니다."


  "아아. 그러시구나. 헌터인 줄은 알았지만 트레져헌터인 줄은 몰랐네요."


  "다들 그렇게 보시더라고요. 그러면 소개는 이쯤하고 길드관련해서 뭐 좀 알려 드릴게 있어요."


길드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길드 안에서 지켜야 할 규칙같은 것이 있기 마련이다.

트레인은 자신이 생각했던 규칙에 대해 설명을 했다.


  "결과적으로 크게 보면 매너를 지켜달라는 내용인데, 그 중 하나만 알려드릴게요."


  "네."


  "일단 길원 상호간에는 직책이나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존댓말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저도 그렇게 할겁니다."


  "이유가 뭐죠? 다들 친해지면 반말 하는게 편하고 좋을 것 같은데요."


인덱스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런 규칙을 만들어봐야 나중에 친해지면 다 부질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존대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반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가 없었다.


  "반말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에요. 혹시 과도한 친목에 대한 이야기를 아세요?"


  "아뇨. 처음 들어요."


트레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과도한 친목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친목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과해지면 일종의 X목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 요점이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면 신입 길원이 가입했을 때 끼리끼리 놀고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아서 소외감을 느끼고 나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다 같이 잘 놀면 상관없는데 어떤 조직이든 내부에 편이 갈라지기 때문에 안 좋은 일이 터지면 두 무리가 싸우게 되고, 한 쪽이 길드 탈퇴를 해버리면 그와 친했던 사람들이 우루루 나가게 되면서 길드 분위기가 말이 아니게 된다.


혹자는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 너무 설레발치는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트레인은 여러 게임들을 하면서 이런 현상을 많이 봤었다.


그렇기에 존대를 통해 과도한 친목을 예방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잘 먹힐지는 의문이지만 안 하는 것 보단 낫다고 생각했다.


다행이 인덱스도 그 부분에 대해 공감을 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보니 저도 다른 길드에 있을 때 길드 내에서 친화력 좋은 사람이 나가니까 그와 친했던 사람들이 다 빠져 나가는걸 봤어요. 그 바람에 길드가 망했었죠."


  "네. 그런 이유로 과도한 친목을 막는거에요. 친하게 지내는건 좋은데 너무 편해지면 안 좋은 점도 꽤 있거든요. 그 외 다른 규칙도 있긴한데 나중에 정리해서 길드창에 올릴게요."


어차피 이런 것들은 한 번 말한다고 해서 다 알아 듣는 것도 아니기에 그는 길드창에 글을 올리기로 했다.

여기에 글을 올리면 새로 가입하는 유저들은 한 번씩은 읽어보겠지.

그 때 소민이 로그인 했다는 메시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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